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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계약서에 중개사 도장을 뺀 이유 — 무료로 해드린다는데 왜 의심을 받았을까

    작성일: 2026년 8월 15일

    재계약서에 중개사 도장을 뺀 이유 — 무료로 해드린다는데 왜 의심을 받았을까 - 부동산중개

    “재계약인데 왜 복비를 다 내나요?”

    부동산을 운영하다 보면 기존 세입자와의 재계약서를 대신 써달라는 의뢰가 심심찮게 들어옵니다. 저희 사무소 원칙은 하나입니다. “재계약서는 중개사무소 직인을 빼고, 당사자 계약으로, 무료로 작성해 드린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는데, 끝이 영 개운치 않았습니다. 돈을 안 받겠다는데 의심을 받았거든요. 그런데 하루를 넘기고 생각해보니, 그 의심이 아주 근거 없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왜 도장을 빼느냐

    중개사무소 도장이 들어가는 순간, 그 건은 정식 중개가 됩니다.

    정식 중개가 되면 따라붙는 일이 많습니다. 현장을 확인해야 하고,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를 써서 교부해야 하고, 권리관계도 다시 들여다봐야 합니다. 계약서에 서명·날인한다는 건 그 절차를 다 밟았다는 증명이지, 도장 하나 쿡 찍는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여기서 벽에 부딪힙니다. 그 절차를 다 밟고 법정 중개보수를 정상적으로 청구하면, 고객께서는 “재계약인데 왜 복비를 다 내냐”며 납득을 못 하십니다.

    심정적으로는 저도 이해합니다. 새로 집을 구해드린 것도 아니고, 살던 분이 그대로 사시는 것이니까요.

    참고로 현행 공인중개사법에는 재계약 시 중개보수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업계의 해묵은 분쟁거리입니다.

    “그럼 5만원, 10만원만 받으면 되지 않나”

    저도 그 생각을 안 해본 게 아닙니다. 도장은 찍어드리고 작성비 명목으로 조금만 받으면 서로 좋을 것 같지요. 그런데 그게 위험합니다.

    2024년 대법원 판결이 말하는 것

    어느 공인중개사가 어린이집 임차권 양도를 중개하면서, 별도로 ‘컨설팅계약서’라는 이름의 권리금계약서를 써주고 250만원을 받았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행정사법 위반으로 보고 벌금 100만원 선고유예를 확정했습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임대차 중개보수를 받는 건 문제가 없지만, 중개대상물이 아닌 서류를 작성해주고 그 대가를 따로 받는 건 행정사의 고유 업무를 침해한다는 것이죠.

    행정사법 제3조는 행정사가 아닌 사람이 ‘권리·의무나 사실증명에 관한 서류 작성’을 업으로 하는 걸 금지하고,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입니다.

    금액이 적다고 안전한 게 아닙니다. 구조가 걸리는 겁니다.

    그래서 무료로 합니다

    결론은 오히려 단순해졌습니다.

    중개를 안 하니 직인을 안 넣고, 대가를 안 받으니 서류 작성으로 돈을 번 것도 아닙니다. 당사자끼리 맺는 계약이고, 저희는 양식 갖춰 대신 적어드리는 봉사를 하는 겁니다. 도장은 계약 당사자 두 분만 찍으십니다.

    중개사도 안전하고 고객도 비용을 아낍니다. 나쁠 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있었던 일

    오늘 그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처음에 담당 실장님이 사안을 잘못 파악하시고 “작성비 10만원”을 말씀드렸던 모양입니다. 손님은 그것도 비싸다며 5만원에 하자고 하셨답니다.

    제가 쿨하게 말씀드렸습니다. 그냥 돈 받지 마시고, 직인 빼고 진행하시라고.

    그렇게 양 당사자 모셔놓고 진행하려는데, 임대인 측 사모님이 자꾸 의심을 하십니다.

    “왜 중개사 도장을 빼느냐. 문제 있는 거 아니냐.”

    어차피 중개가 아니라 당사자 도장만 들어가는 것이고, 계약서 작성은 무료로 봉사해 드리는 것이며, 아무런 법적 하자가 없다고 누차 말씀드렸습니다.

    그럼에도 본인은 찜찜하다시며, 임차인분을 데리고 나가시더군요.

    솔직한 심정

    싫으셔서 나가시는 거야 본인 판단입니다.

    다만 좀 허탈했습니다. 중개사의 역할과 도장을 원하시면 그에 맞는 중개보수를 지불하시면 됩니다. 그게 정당한 거래니까요. 그렇게 안 하시고 저렴하게 하시겠다기에, 아예 무료로 저희 직인 빼고 해드린다는데 그것도 마음에 안 드시나 봅니다.

    돈을 더 받겠다는 것도 아니고, 안 받겠다는데 의심을 받으니 말문이 막히더군요.

    이 건으로 저희 직원과도 서로 입장이 달라 논쟁을 좀 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제 생각대로 사무소를 운영하겠노라 말씀드렸습니다. 원칙 없이 그때그때 다르게 처리하는 게 오히려 사고를 부른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오늘 손님 한 팀 놓쳤다고 그 원칙을 바꿀 생각은 없습니다.

    좋은 일 하려다 기분 안 좋아진 하루였습니다.

    그래도 하나는 배웠습니다

    하루를 넘기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모님의 찜찜함이 아주 근거 없는 건 아니었습니다.

    중개사 직인에는 비용만 따라오는 게 아니라 책임도 따라옵니다. 개업공인중개사는 중개행위 중 고의·과실로 손해를 끼치면 배상 책임을 지고, 그걸 담보하려고 공제에 가입되어 있습니다. 계약서에 중개사 도장이 찍혀 있다는 건, 사고가 났을 때 기댈 언덕이 있다는 뜻입니다.

    직인을 빼면 그 보호장치도 같이 빠집니다.

    두 갈래 선택지

    ▶ 정식 중개 (직인 있음)

    · 법정 중개보수 발생
    · 현장확인, 확인설명서 교부
    · 사고 시 중개사 배상책임 + 공제 보장 있음

    ▶ 당사자 계약 (직인 없음)

    · 무료
    · 현장확인, 확인설명서 없음
    · 사고 시 중개사 책임 없음, 보호장치도 없음

    어느 쪽이 옳고 그르다기보다, 무엇을 얻고 무엇을 포기하느냐가 다른 선택입니다.

    다만 도장은 받으면서 돈은 조금만 내는 선택지, 그건 법이 허용하지 않습니다.

    마무리 — 다음엔 이렇게 하겠습니다

    다음에 같은 상황이 오면 “왜 도장을 빼는지” 변명하듯 설명하기 전에, 이 두 갈래를 먼저 보여드려야겠다 싶습니다. 그러면 최소한 의심은 안 받겠지요.

    재계약을 앞두고 계신 분이라면, “싸게 해달라”가 아니라 “책임을 살 것인가 말 것인가”를 먼저 정하시길 권합니다. 그 결정만 서면 비용 이야기는 저절로 정리됩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 사안은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